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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상식 한 스푼

제로금리 - 돈을 빌렸는데 이자가 없다?!

by Blue오션 2023. 11. 5.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이어진 전 세계적 경기침체로 미국을 비롯해

일본, 유럽의 중앙은행이 상당기간 동안 저금리 상태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낮은 금리를 유지해 기업과 가계의 소비를 유도하겠다는 것이지요.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 줄여서 연준)는 2008년 12월 기준금리를 0.00~0.25%까지

내렸습니다. 이후 경제가 살아나며 2018년 12월 2.5%까지 올랐으나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충격으로 2020년 3월 또다시 기준금리를

0.00~0.25%로 내리며 제로금리 시대로 돌아갔습니다.

 

일본의 중앙은행인 일본은행(BOJ)은 2010년 10월 금리를 0.0~0.1%로 내린 후

2016년 1월에는 금리를 -0.1%로 낮춰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했고 현재까지 유지 중입니다.

유럽중앙은행(ECB) 역시 2014년 10월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수준인 0.05%까지 내렸고,

2016년에는 이보다 더 낮춘 0%를 선언하며 2021년까지 동결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한국은행은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경제를 되살리기 위해 2020년 3월,

임시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기준금리를 0.75%로 낮추는 과감한 결정을 내렸습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도 역사상 최초로 제로금리 시대를 맞이했었죠.

그렇다면 왜 전 세계가 앞다퉈 제로금리에 가깝게 금리 인하 경쟁을 벌였을까요?

금리란 말 그대로 '돈에 대한 이자'입니다. 금리는 소비와 투자 등 각종 경제활동에 곧바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금융시장에서는 자금사정은 물론 소비와 투자동향을 알려주는 바로미터 역할을 합니다.

 

금리가 올라가면 돈 빌리기가 어려워져 가계 소비와 기업 투자가 위축됩니다.

사업가는 금리가 높으니 돈을 빌려 투자하는 것을 망설이고, 이로 인해 월급이 제자리인 가계는 소비를 줄이지요.

반대로 금리가 낮으면 너도나도 소비와 투자를 늘리게 됩니다.

금리가 낮으니 소비자는 저축보다 소비를 할 것이고,

기업가는 낮은 금리를 활용해 투자를 증대하겠지요.

 

그렇다면 이같은 제로금리가 과연 효과가 있을까요?단기적으로는 금리를 내려 가계와 기업의

소비를 유도하는 효과가 나타겠지만, '잃어버린 30년'을 경험한 일본의 사례를 보자면

제로금리가 제대로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 전례가 있습니다.

금리를 0%에 가깝게 낮춰도 돈은 가계와 금융권에만 머물 뿐 실질적인 소비와 투자로 

연결되지 않아서 일본정부가 원한 경기활성화로 이어지지는 못했습니다.

 

일본은 1990년대 초 부동산 거품이 꺼지자 경기를 살리기 위해 1990년부터 1995년 7월까지

금리를 무려 9차례나 인하해 6%였던 금리를 0.3%까지 내려

누구보다 먼저 제로금리 시대를 열었습니다.

그러나 낮은 대출금리는 경쟁력 없는 기업의 생존기간만 늘리고 은행 구조조정을 늦추는 등

부작용을 낳았습니다. 또 싼 이자 때문에 사람들이 단기대출을 장기로 전환하면서

가계의 부채비율이 높아지는 문제도 생겼습니다.

결국 저금리가 경기침체만 연장시킨 셈이었지요.

 

또한 전 세계 금융위기는 고금리나 유동성 부족 때문이라기보다는 

시장의 신뢰상실로 자금흐름이 원활하지 못해 촉발된 측면이 강합니다.

이에 따라 일부에서는 초저금리이면서 경기진작이 되지 않는 상태가 지속되어

다시 기준금리를 높일 수도 없는 이른바 '유동성 함정'(금리를 제로 수준까지 낮춰도

투자심리가 회복되지 않아 기대하는 경기진작효과가 나타나지 않는 상황)에 빠질 수 있다는

경고도 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저금리 기조는 전 세계적인 경기악화의 심각성을 시인하는 의미도 있습니다.

제로금리에 가까워질수록 정부가 경제를 살리기 위해 금융정책을 펼칠 여지도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오히려 장기불황에 빠질 위험도 있습니다.

또한 초저금리나 제로금리로 유동성 함정에서 탈출한다고 해도 그후에는 통화량 증가로 인한

또 다른 거품이 생길 수 있습니다. 위기극복을 위해 푼 돈이 다시 전 세계 부동산과

주식시장에서 2차거품을 만들어 세계가 경기침체의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는 뜻이지요.

 

경제성장과 금리의 관계에 대해 좀더 알아볼까요? 경기가 호황이면 시중에 돈이 많이 풀립니다.

돈이 풀린다는 것은 돈 공급량(통화량)이 늘어나 돈의 가치가 떨어진다는 뜻입니다.

돈의 가치가 떨어지면 물건(상품)의 가치는 높아지므로 결국 물가가 오르게 됩니다.

경기가 호황일수록 물가상승 압박이 커집니다.

이를 인플레이션이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인플레이션을 막기 위해 정부가 취할 수 있는 수단은 무엇일까요?

시중에 나돌고 있는 돈 공급량을 줄이면 됩니다.

이를 위한 방법이 바로 '금리 인상'입니다.

금리가 오르면 시중에 돌던 돈이 다시 은행으로 몰리게 됩니다.

은행으로 들어온 돈의 일부는 의무적으로 중앙은행인 한국은행의 금고로 들어가게 됩니다.

 

이러한 정책을 '지급준비제도(Reserve Requirement System)'라고 부르고,

이때 들어간 돈을 '지급준비금'이라고 합니다.

지급준비금은 통화량을 조절하는 기능을 맡고 있지요.

이처럼 통화량을 조절해 돈 공급량이 줄어들면 물가는 안정세를 유지하게 됩니다.

그러나 제로금리 시대는 2023년 기준으로 이미 막을 내렸습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줄여서 연준)가 기준금리를 2022년 5월 1.00%에서 2022년 9월 3.25%로

크게 올렸기 때문입니다. 그러자 유럽중앙은행(ECB)은 2022년 6월 0.00%라는 금리정책을 포기하고

다음 달인 2022년 7월에 0.5%포인트 올린 0.5%, 그리고 2022년 9월8일 다시 0.75% 올린 1.25%로

금리를 상향 조정했습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접어들면서 그동안 시중에 풀린 유동성을 조절하기 위해

한동안 이런 고금리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