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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상식 한 스푼

마이너스 금리 - 은행에 돈을 맡겼더니 뜯어간다?!

by Blue오션 2023. 11. 10.

 

은행에 돈을 보관하면 단돈 10원의 이자라도 생긴다는 게 지금까지 우리가 알고 있던 상식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이런 상식이 통하지 않는 시대가 도래했습니다.

바로 마이너스 금리가 등장했기 때문입니다.

금리(金利)가 마이너스(-)라는게 대체 무슨 소리일까요?

 

마이너스 금리는 말그대로 0% 보다 더 낮은 금리를 말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마이너스 금리로 부르지만 해외에서는 네거티브 금리(NIR, Negative Interest Rate)로 통용됩니다.

마이너스 금리인 상황에서 은행에 돈을 맡기면(예금하면) 이자(예금이자)를 받기는 커녕

보관료를 내야 합니다. 기존의 은행 패러다임을 송두리째 바꾸는 개념인 셈이지요.

 

예를들어 예금자 홍길동이 시중은행인 A은행에 돈을 맡기면 A은행은 이 돈의 일정 비율을 중앙은행인

한국은행에 맡깁니다. 이를 '지급 준비금'이라고 합니다. 이에 따라 홍길동은 A은행, 

A은행은 한국은행으로부터 예치한 금액에 대한 이자를 받죠.

하지만 마이너스 금리에서는 시중은행이 중앙은행에 의무적으로 맡겨야 하는 지급준비금 비율을 초과하는 금액에 대해

마이너스 금리를 적용해, 돈을 맡겨도 이자를 받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보관료를 내야합니다!

그러면 A은행은 돈을 예치한 사람에게도 보관료를 받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굳이 은행에 돈을 맡겨 보관료를 내기보다 직접 갖고 있는게 이득입니다.

은행 역시 한국은행에 예치해 보관료를 내기보다 일반 고객들에게 낮은 이자를 받더라도 대출해주는게 훨씬 낫겠죠.

이처럼 마이너스 금리를 은행에 있는 돈을 시중에 풀게 만들어 시장의 유동성을 공급하는 방법입니다.

 

마이너스 금리는 이미 유럽의 일부 국가와 일본에서 시행되고 있습니다.

2014년 6월 유럽중앙은행(ECB)의 유로존과 스위스, 스웨덴이 차례로 도입했고,

아시아 국가에서는 최초로 2016년 1월 일본이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했습니다.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이 제로 수준이던 기준금리를 -0.1%로 내린 것이죠.

 

이들 국가들은 경기가 디플레이션, 즉 침체에 빠질 우려가 커지자 중앙은행이 돈을 시장에 돌게 만들어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마이너스 금리를 택했습니다. 이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맞아 

미국이 달러를 풀어 경기를 살려낸 양적완화와 비슷한 이치입니다.

하지만 미국이 글로벌 금융위기때 달러를 더 많이 찍어내 시장에 푸는 양적완화를 통해 경기를 살린 반면,

마이너스 금리는 은행에 쌓여 있는 돈을 풀어 경기를 살리겠다는 취지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지요.

 

그렇다면 마이너스 금리 도입은 과연 장밋빛 미래를 보장할까요?

우선 은행이 크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마이너스 금리정책이 은행 등 금융 산업의 희생만을 강요한다는 입장이지요.

은행의 수익은 크게 예대마진(대출금리와 예금금리의 차이)에서 나옵니다.

하지만 마이너스 금리정책이 실행되면 대출과 예금 금리의 폭이 줄어들면서 은행의 수익이 큰 폭으로 감소합니다.

그 결과 마이너스 금리를 받아들인 유럽계 은행들의 2016년 손실규모가 최대 40억 유로(약 5조 4500억원)에 이르렀고,

미쓰비시UFJ, 미쓰이스미토모 등 일본의 대표 은행들은 2016년 2분기에 사상 최악의 경영적자를 기록했습니다.

낮은 금리에도 불구하고 한 푼이라도 더 받기 위해 은행을 찾던 예금자의 발길이 뚝 끊어졌기 때문이죠.

 

다만, 이론상 마이너스 금리는 우리 실생활과 다소 괴리가 있는 정책이라 할 수 있습니다.

내가 가진 돈을 예금으로 은행에 맡기려는 사람 입장에서는 마이너스 금리는 곧 보관료로 원금 회수가 안되기 때문이지요.

그렇기 때문에 예금주들이 이러한 손해를 보지 않기 위해 은행에 맡긴 돈을 모두 찾는 뱅크런이 일어날 수도 있고

그런 은행에 돈을 맡기려는 고객은 더더욱 없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최근 일본의 고령자들 사이에서는 이른바 '장롱예금'이 대세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은행에 돈을 맡기면 오히려 보관료를 내야 하니 차라리 집에 보관하는 게 낫다는 생각 때문이죠.

일본은행이 2021년 10월에 발표한 자금순환통계에 따르면 일본인들이 집안에 보관하고 있는 돈은

약 100조엔(약 1036조원)으로 추정된다고 합니다. 이는 일본 국내총생산(GDP) 약 5조5000억달러의

약 16%에 해당하는 어마어마한 수준입니다.

 

일본의 지폐 유통액이 사상 최대로 늘어난 것도 마이너스 금리의 영향으로 보입니다.

일본은행에 따르면, 2016년 12월 일본의 지폐 유통액은 100조 4661억엔(약 1020조 8660억원)으로

사상 처음으로 100조엔을 돌파했습니다.

일본 정부는 시장에 현금이 돌면 자연스레 개인의 소비와 투자가 활성화될거라 기대하고 있지만

이들이 과연 현금을 소비에 쓸지, 장롱예금에 넣을지는 미지수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도 언젠가는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할까요?

결론부터 말하면 거의 불가능합니다. 우리나라와 같은 신흥국은 신용도가 낮고 화폐가 기축통화가 아니어서

마이너스 금리 도입 시 자본 유출의 우려가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마이너스 금리를 적용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는 게 금융권 관계자들의 입장입니다.

 

최근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와 유럽중앙은행(ECB)가 치솟는 물가에 대처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올리고 있는 가운데 일본이 언제까지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유지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일본은 2022년 9월 현재 기준금리가 -0.1%입니다. 일본정부가 기준금리 인상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자

투자자들이 일본 주식시장으로 몰리는 현상이 빚어지고 있기도 합니다.